[앵커]
일부 아파트 단지에는 '분양'과 '임대' 아파트가 함께 들어서 있습니다.
지역별 계층 구분을 막아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이른바 '소셜믹스'의 차원이지만, 계층 간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.
서울의 한 단지에서는 각각 자기 구역을 정해놓고, 상대 구역에 주차하면 서로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는 웃지 못할 광경도 벌어지고 있습니다.
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.
[기자]
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.
한창 바쁜 출근 시간에 주민들이 차 앞유리에 붙은 커다란 스티커를 열심히 떼고 있습니다.
[안명식 / 분양아파트 거주자 : 지금 연달아 사흘째 세 번 붙었어요. 스티커도 커지고 접착력이 강력 접착제 수준이에요.]
옆에 입주자 스티커가 버젓이 붙어 있는데도 주차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입니다.
문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됐습니다.
20년 전에는 단지에 차를 갖고 있는 주민이 많지 않았지만, 신혼부부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렇게 여기저기 이중주차가 돼 있을 정도로 주차난은 심각해졌습니다."
분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20년 동안 함께 쓰던 지하주차장을 더는 사용하지 말라고 임대 측에 갑자기 통보한 겁니다.
[분양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: (임대 측은) 20년 동안 전기 요금도 한 번도 안 내고. 수선유지비도 안 내고 청소도 안 했고….]
이어 실력행사에 나서 지하주차장에 댄 임대 주민 차에 금지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고, 심지어 공동으로 쓰던 입주자 스티커도 임대와 분양의 구분을 위해 바꿔버렸습니다.
[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: (원래 입주자 스티커는) 글씨가 잘 안 보이니까 밤에. 문양을 바꾸면 잘 보이니까 (단속하려고) 새로 바꾼 거예요. 한 마디 협의도 없이….]
임대 측도 들고일어났습니다.
임대아파트 동과 가까운 지상 주차장을 분양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한 겁니다.
같은 단지 주민이 편 싸움을 하게 된 셈입니다.
[임대아파트 거주자 : 임대아파트 사는 주제에 차를 무엇을 타고 다닌다.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기분이 안 나쁘겠어요?]
구청에 분쟁조정까지 신청된 상태지만, 마땅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.
[중랑구청 관계자 : 조정이라는 게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건 아니고요.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 그런 정도의 중재를 하는... (중략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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